이 글은 공동체 라디오<지금 자기는 아까워>에서
방송을 준비하며 정리한 오프닝 멘트를
워드프레스용으로 옮긴 기록입니다.
아래는 방송 유튜브 URL입니다.
오늘은 조금 묘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최근 며칠 사이에,
록 음악을 오래 들어온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부고 소식들이 연달아 전해졌습니다.
먼저,
호주의 밴드 <Midnight Oil>의 드러머였던
Rob Hirst.
췌장암 투병 끝에 올해 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고요.
롭 허스트는
미드나잇 오일이라는 밴드의 사운드를 생각할 때
굳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밴드 특유의
조급하지 않으면서도 밀어붙이는 리듬,
노래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흐름은
대부분 그의 드럼에서 만들어졌죠.
미드나잇 오일의 음악이
환경 이야기나 원주민 문제, 정치적인 분노를 다루면서도
선동적으로 흐르지 않았던 이유도
저는 이 리듬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키우는 대신,
같은 박자를 오래 유지하는 방식.
그게 롭 허스트가 밴드 안에서 맡고 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독일 록 밴드 Scorpions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베이시스트 Francis Buchholz의 부고였습니다.
이 역시 암 투병 끝에 전해진 소식이었죠.
프란시스 부크홀츠는
스콜피언스가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널리 들리던 시기에
늘 무대 한가운데가 아니라
조금 옆에 서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Rock You Like a Hurricane>나
<Wind of Change>같은 곡들을 다시 들어보면,
그 곡들이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베이스가 계속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소식들을 보고 나니까
슬프다기보다는, 좀 허전하더라고요.
‘아쉽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고,
‘상실’이라고 말하기엔 또 과한데,
분명히 무언가가 하나 빠져나간 느낌은 남습니다.
최근에
안성기 선생님, 이순재 선생님의 부고 기사들을 봤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추억이 있느냐 없느냐와는 상관없이,
“이 이름들이 더 이상 현재형이 아니구나”
그 사실 자체가 남기는 공백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방송을 통해 어떤 정리를 하거나
의미를 설명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이 두 밴드의 음악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상하게도 예전에는 너무 익숙해서
제대로 듣지 않았던 음악들이거든요.
추모라는 말을 붙이기에도 좀 어색하고,
정리라는 말을 쓰기에도 아직 마음이 남아 있어서,
오늘은 그냥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듣는 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