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위험한 해답에 끌리는가?_자우림 <뱀파이어>의 심리구조
이 글은 자우림 정규 12집을
‘파시즘적 폭력을 목격한 개인의 심리 변화’라는 관점에서 읽는
연속 리뷰의 세 번째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3번 트랙 <뱀파이어>를 중심으로,
파시즘이라는 ‘쉬운 선택지’에 흔들리던 개인이
그 유혹에 점점 잠식되며
내면적으로 변질되고 타락해 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LIFE!〉와 〈My Girl〉이
좌절과 경고의 단계였다면,
〈뱀파이어〉는 그 경고 이후의 세계,
유혹이 실제로 개인을 집어삼키는 국면을 다룬다.
※ 이 글은 <지금 자기는 아까워>에서
진행된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이며,
본문 하단에서 방송 전체를 들을 수 있다.
▶ 방송 전체 듣기 (YouTube)https://www.youtube.com/watch?v=nuaRoRnwoa8
오늘도 자우림 정규 12집 앨범을 하나의 연극으로 보고,
그 연극을 해석하는 흐름으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이 앨범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면요.
자우림 정규 12집은 하나의 공통된 서사를 관통하는 연극이고,
각 트랙은 그 연극의 한 막(幕)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테마로 저는
파시즘적 폭력을 목격한 개인의 심리 변화를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사회적 사태 속에서
김윤아 누님과 자우림 형님들이 느꼈을 피로감, 분노, 좌절,
그리고 그 감정들이 어떻게 변해 갔는지를
‘화자’를 빌려 말하고 있는 앨범이라는 해석입니다.
1막과 2막을 짧게 정리해 보면
이미 앞선 방송에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1막 〈LIFE!〉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그리고 노력의 무력감 속에서 무너져 가는 개인의 내면 - 2막 〈My Girl〉
그런 개인에게 다가오는
파시즘이라는 ‘쉬워 보이는 선택지’의 유혹과,
그 선택을 향해 “도망치라”고 외치는 화자의 경고
여기까지는 모두
‘개인’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룰 3막,
〈뱀파이어〉는 그 다음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막 ― 〈뱀파이어〉
파시즘의 유혹과 개인의 내면적 타락
〈뱀파이어〉는
2막에서 경고를 받았던 그 개인,
혹은 그 ‘마이걸’이
파시즘의 유혹에 더욱 깊이 빠져들거나,
그 과정에서 내면이 변질되어 가는 상태를
상징적으로 그린 곡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사를 하나씩 보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어둠은 늘 눈이 부셨어 / 마시다 만 잔이 속삭인다”
여기서 말하는 ‘어둠’은
겉으로 보면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지만,
무력감에 빠진 개인에게는
오히려 강렬하고 매혹적인 해결책처럼 다가오는
파시즘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힙니다.
‘마시다 만 잔’은
파시즘이 내거는 불완전하고 위험한 약속,
하지만 끊임없이 개인을 유혹하는 속삭임으로 볼 수 있고요.
“빨갛게 물들이겠어 / 죽은 듯이 너를 기다리면서”
점점 파시즘의 관점과 언어에
개인의 내면이 물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죽은 듯이 기다린다’는 표현은
개인의 자유 의지와 생동감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허위적인 안정감 속에 개인을 묶어두는
파시즘의 본질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해는 늘 떠 있고 / 아름다웠던 너는 죽었소”
여기서 ‘해’는
객관적인 진실, 정의, 빛이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하지만
파시즘에 사로잡힌 개인은
그 빛을 외면하고 스스로 어둠을 선택합니다.
“아름다웠던 너는 죽었소”라는 가사는
파시즘에 의해 개인의 이성, 순수성,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움이
상실되었음을 선언하는 문장처럼 들립니다.
“나를 사랑한 뱀파이어”
이 표현이 정말 강렬합니다.
파시즘은 마치 ‘사랑’처럼 다가옵니다.
개인의 결핍을 채워 줄 것처럼,
나를 이해해 줄 것처럼 접근하죠.
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개인의 피를 빨아먹고
존재를 파괴하는 관계입니다.
이 곡에서 뱀파이어는
파시즘의 기만적이고 이중적인 속성을
아주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다정한 말이 되어 돌아온다”
파시즘의 선동은
점점 더 부드럽고, 감미로운 언어로
개인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입맞춤’은 단순한 유혹을 넘어
완전한 동화, 흡수, 복종을 의미하고
“숨이 멎을 듯”한 상태는
개인의 주체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를 보여줍니다.
3막의 의미 정리
이렇게 보면
〈뱀파이어〉는 단순히 누군가를 비난하는 노래가 아니라,
- 파시즘의 유혹이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 그 과정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아주 차갑고 냉정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방송 정리
오늘까지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LIFE!〉
반복된 실패와 좌절 속에서
무력감에 잠식되는 개인 - 〈My Girl〉
파시즘이라는 쉬운 선택지의 유혹과
그 선택을 향한 경고 - 〈뱀파이어〉
그 유혹이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타락시키는가에 대한 묘사
저는 이 앨범을
‘폭력에 맞서 싸우는 영웅 서사’로 보기보다는,
폭력과 유혹 앞에서
자기 자신을 지켜내려는 개인의 싸움을
기록한 앨범으로 읽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