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끝에서 만난 빛, 빛이 나를 데리고 돌아온 밤_자우림 ‘Stars’ 해설
이 글은 자우림 정규 12집을
‘파시즘적 폭력을 목격한 개인의 심리 변화’라는 관점에서 읽는 리뷰의 다섯 번째 글이다.
이번 글에서는 5번 트랙 <Stars>를 중심으로,
폭력과 상실을 지나온 개인이
상처를 지운 채 희망으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서 관계와 미래를 다시 상상하게 되는 순간을 다룬다.
※ 이 글은 공동체 라디오 <지금 자기는 아까워>에서 진행된 방송 내용을
정리한 글이며,
본문 하단에서 방송 전체를 들을 수 있다.
▶ 방송 전체 듣기https://www.youtube.com/watch?v=Rg_J7v5TqJs(YouTube)
5막 ― 〈Stars〉
상처를 안은 채, 아주 조용히 도착한 희망
그리고 바로 다음 트랙, <Stars>가 시작됩니다.
저는 이 지점이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폭력과 혼란이 끝나면,
상실의 시간이 지나면,
그 다음에는 당연히 희망이 올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고,
트라우마는 계속 남아 있고,
세상은 갑자기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4번 트랙 <Karma>와
5번 트랙 <Stars>를,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가 아니라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자우림이 상상해 본 이후의 풍경으로 읽고 있습니다.
〈Stars〉에서 그려지는 장면은
갑작스럽게 치유된 모습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도착한 아주 조용한 순간에 가깝습니다.
“너무 예뻐서 눈물이나”
가사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하죠.
너무 예뻐서 눈물이나
너 내 마음 모르지
별들이 가득한 너의 눈
넌 기적 같은 걸”
여기서 등장하는 ‘너’를
단순한 연인으로 읽기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따라온 이 앨범의 서사 구조와는 맞지 않습니다.
1막에서 막다른 길에 몰린 개인,
2막과 3막에서 파시즘의 유혹과 폭력을 목격하고 흔들리던 개인,
4막에서 그 폭력의 반복을 끊겠다고 결단한 개인.
그 이후에 마주하게 되는 ‘너’는
폭력 이후에도 남아 있는 어떤 순수한 가치,
혹은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별들이 가득한 너의 눈.
이건 혼란과 폭력 속에서도
여전히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어떤 것,
등대처럼 남아 있는 가치일 겁니다.
예뻐서 기쁜 게 아니라, 예뻐서 아픈 이유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세상을 덮어버리는 희망이 아닙니다.
가사는 이렇게 말하죠.
사랑스런 너의 얼굴에
마음이 아린 걸”
예뻐서 기쁜 게 아니라,
예뻐서 아픈 겁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폭력과 혐오를 겪은 뒤,
순수한 것과 다시 마주하면
기쁨보다 먼저 상실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 내가 이런 걸 잊고 살았구나.’
‘이런 따뜻함을 파괴하거나, 파괴당하며 살아왔구나.’
그 깨달음이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거죠.
오래된 별들, 아직 남아 있는 것들
가사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래된 옛날의 별들이
오늘 밤하늘을 가득 채워 빛나고 있어”
여기서 오래된 별들은
폭력 이전에 존재했던 가치들,
신뢰, 연대, 공감, 공동체적 유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시즘과 혐오가
가장 먼저 공격하는 것들이 바로 이런 가치들이니까요.
그런데 화자는
그 가치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다시, 미래를 그려보는 순간
그리고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 하늘 아래에서
너와 나의 먼 미래를 그려 봐”
여기서 우리는
이 앨범의 화자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분명하게 보게 됩니다.
증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내면의 도덕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관계를 만들고,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고,
함께 미래를 상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가짜 희망을 피하는 노래
여기서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이 떠오릅니다.
상처 입은 세계에서
조화로운 화해를 노래하는 예술은 거짓이다.”
모든 게 해결된 것처럼 말하는 희망은
오히려 폭력을 덮어버리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거죠.
그런데 〈Stars〉는 이 함정을 피합니다.
이 노래는
상처를 지우지도,
슬픔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합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희망의 순간조차
슬픔과 함께 존재합니다.
아도르노가 말한 것처럼,
진짜 희망은 절망이 지워지지 않는 자리에서만 발생합니다.
〈Stars〉가 말하는 희망
그래서 저는 이 곡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 치유가 완성된 순간이 아니라
- 치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는 순간
- 상처를 덮는 희망이 아니라
- 상처를 품는 희망
〈Stars〉는 사랑 노래가 아닙니다.
이 곡은
폭력과 상실을 지나온 개인이,
그 모든 것을 지운 채가 아니라
기억한 채로 다시 관계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가짜 화해가 아니라,
고통을 기억하는 자리에서 피어나는
아주 조용하지만 진짜인 희망입니다.